자유일보

대학원 과정 개설하겠다는 한예종...문화계 "사실상 업계 지배의도"

2023-05-31
김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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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연합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합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설치법안’을 둘러싸고 ‘2005년 한예종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문화계와 정치권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립으로서 사립에 비해 저렴한 등록금에다가 국비 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예술전공인들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의 우수한 예술 인재들을 유아 과정부터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예종이 졸업생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국비 지원 예술사업까지 과점하게 되고 이는 한예종의 권력기관화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문화예술법안 소위원회에서는 30일 한예종 관련 법안이 의제로 올라왔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채익 의원, 박정 의원, 김윤덕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한예종 관련 유사법안 3건만 심의하기로 의사 일정이 잡혀 있다. 한국전통문화대 설치법 등 특수목적 국립대학 설치를 규정한 사례처럼 한예종에도 석·박사 학위과정의 대학원을 두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 문화예술 법안 소위 위원장은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미 1999년과 2004년에도 한예종은 석·박사 학위과정 개설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등 수많은 예술대학 소속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로 인하여 관련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특히 2004년의 사태는 ‘2005년 한예종 사태’까지 이어져 문화예술계가 아예 두 쪽으로 나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현직에 있는 문화계 인사들은 일부의 이권을 위한 ‘날치기 통과’가 현실화 되는게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도 한예종 설치법안을 주시하고 있다. 관련 학회, 협회, 단체와 협력하며 한예종 1개 기관에만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예종은 등록금이 일반 예술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에만 국비 95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한다. 일반 사립예술대학이 등록금으로 충당하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예산이다. 이는 한예종이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 ‘각종학교’의 지위로 문체부에 위탁해 운영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예종은 교육부 소속 예술대학과는 입시 기준도 다르다. 더구나 막대한 국비가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사관학교같은 의무복무 기준조차도 없어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조준희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예종 졸업생도 국내·해외의 대학원 진학을 통해 얼마든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한예종이 굳이 자체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예술계에서 한예종 출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만약 한예종이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 체제를 운영하게 될 경우에는 문체부가 아니라 교육부 소속으로 변경해 다른 예술대학과 같이 대학평가와 재정지원 등에서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vv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