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보

운전자보험, 7월부터 보장 크게 줄어든다

2023-05-31
김미현 기자

크기(0)    뉴스 읽기
오는 7월부터 우리나라 운전자 5명 중 1명꼴로 가입한 운전자보험의 보장이 크게 줄어든다. /연합
오는 7월부터 우리나라 운전자 5명 중 1명꼴로 가입한 운전자보험의 보장이 크게 줄어든다. /연합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신설되는 등 보장이 크게 줄어든다. 우리나라 운전자 5명 중 1명 꼴로 가입할 만큼 운전자보험 시장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과당경쟁과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보험업계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 비용에 대해 자기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운전자보험이 20% 수준의 자기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품으로 바뀌면서 이전보다 축소된 보장에 금전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보험사로서는 운전자보험 시장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자기부담금을 부과해 보장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은 모든 차량 소유자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반면 운전자보험은 차량 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해주는 선택보험으로 피보험자의 상해 사고와 운전 중에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법률 비용을 보장해준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자보험의 신계약 건수는 493만건으로 단일 보험 종류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손해보험사들은 차량 보유 대수 등을 고려할 때 운전자보험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수익 상품의 일환으로 판촉을 강화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운전자보험 과당경쟁과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보험업계에 요구했고, 손해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과거 운전자보험은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 비용을 정액으로만 보장했다. 하지만 중복 가입 시 실제 발생한 형사합의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장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형사합의금을 보장하는 특약의 최대 보장액이 ‘사망 시 3000만원’이었지만 15년이 지난 현재는 최대 2억원으로 급증했다.

운전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음주 운전과 스쿨존 사고 등으로 ‘윤창호법’, ‘민식이법’이 제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안전운전과 보행자에 대한 이슈가 급부상했고, 이를 반영해 법률 비용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상품의 경쟁이 격화됐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의 자기부담금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보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5000만원이나 1억원처럼 기존보다 커진 일부 보장 부분에만 자기부담금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