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보
이재명 체포안 가결…거대 야당 균열의 신호탄
2023-09-22
송원근 기자
민주당 29명 반란표...李 ‘부결 호소’가 오히려 자충수
김의겸 “가결은 부결보다 후폭풍이 100배는 더 클 것”
한동훈 장관 가결 후에 “잡범 아닌 중대범죄의 혐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 대표가 체포안 부결을 호소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란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자충수이자 악수였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 6월에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저에 대한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체포안 표결 하루 전에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며 약속을 뒤집자 많은 의원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하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을 바꾼 과거가 소환되며 의원들이 "이러면 ‘공천 준다고 했더니 진짜 주는 줄 알더라’라고 공천 약속마저 뒤집는 것 아니냐"란 자조섞인 냉소가 이 대표에 대한 그간의 동정론을 덮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한 후 친야 매체 한겨레도 "이재명 대표의 태도 변화는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 21일자 성한용 칼럼은 "상황이 달라지면 정치인이 말이나 입장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사과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 칼럼은 "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이나 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이나 다 그만한 이유와 논리가 있을 것"이라고 양시론을 펴면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승복해야 한다"고 썼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가결을 암시하면서 그렇게 결정되더라도 민주당은 동요해선 안 된다는 주문으로도 들렸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체포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을 표결 전에 내놨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전망에 대한 질의에 "가결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부결로 기운 것이 아닌가’라는 취지로 묻자, 유 전 총장은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고 그러는데 가결할 사람이 굳이 나가서 발언하겠는가"라고 답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속내를 숨기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유 전 총장은 "(의원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겠다, 전망을 못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가결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것"이라며 "‘아마 가결될 걸요’라고 하면 보안이 새는 것이고, 자기 정체를 드러내는 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메시지(부결 호소)는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할 것"이라며 "(메시지가) 나온 후에 심리적인 분당 상태로 갔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체포안 제안이유를 발표하던 도중 수사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이 한 장관을 향해 고함을 치면서 잠시 발언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원 여러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제발 경청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한 장관의 발언을 방해했다. 한 장관은 발언을 중지한 후 준비해왔던 원고 중 ‘체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만 추가로 읽었다. 그 와중에도 고성과 고함은 계속됐다.
남은 것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력을 최대한 집중한 사안인 만큼 영장 발부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날 검찰 출신 김광삼 변호사는 채널A 돌직구쇼에 출연해 "공개된 구속영장을 보면서 후배 검사들이 얼마나 수사를 잘했는지 감탄했다"라며 "이 대표 측에서 영장심사 때까지 검찰에 대항할 논리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체포안 표결에는 국회의원 295명이 참석했다. 가(찬성) 149표, 부(반대) 136표, 기권 6표로 가결됐다. 이후 민주당은 치열한 당내 헤게모니 투쟁이 예상된다. 이 대표가 구속된 상황에서도 옥중공천을 할 것이란 소문이 있지만 전례가 없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가결은 당의 자해적 혼란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의겸 의원도 "가결은 부결보다 후폭풍이 100배는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