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보
"어차피 다 중국산"...마음의 장벽 넘은 '中 이커머스' 무서운 질주
2023-11-28
이주선 기자
한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을 겨냥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매섭다. 다양한 상품, 초저가 할인, 무료 배송·반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로 인해 중국 직구(직접구매)시장 규모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부터 가전, 생활용품까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모든 카테고리에서 점유율을 키우며 국내 유통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최대 강점은 극강의 ‘가격 경쟁력’이다.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더욱이 쿠팡,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 중인 상품 상당수도 대부분 중국산인 탓에 한국 소비자의 심리적 거부감이 줄어든 것 역시 중국 업체들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온라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물류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광폭 행보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선 쿠팡의 독주를 위협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직구 건수는 모두 6775만 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중국 직구 건수 5541만 건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 직구액 규모는 18억2400만 달러로 지난 한해 17억1200만 달러를 앞질렀다.
중국 직구 규모가 해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알리익스프레스의 이용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613만3758명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297만명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또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대표하는 쿠팡과 11번가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다른 중국 이커머스 업체 테무와 쉬인도 지난달 MAU가 각각 265만6644명, 67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종전 3위였던 G마켓은 582만 명에 그치며 4위로 내려앉았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과 12월은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11월11일)를 비롯한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대형 쇼핑 행사가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마련하며 한국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올해 들어서는 1∼3주가량 소요되던 상품 배송 기간을 3∼5일로 단축하거나 무료 배송 및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빠른 배송이 장점인 한국 이커머스 업계를 겨냥해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엔 한국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 온·오프라인에서 대대적인 광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특히 쿠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 앱을 사용하는 한국인 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쿠팡 이용자는 지난해 10월 2896만 명에서 올해 10월 2846만 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성장 기반을 다진 만큼 내년엔 자체 물류센터를 가동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잠식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유통업계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업계의 진출이 한국 유통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중국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마트, 문구점, 의류 소매상까지 줄줄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가격 공세의 고삐를 죄며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