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일보

거래 절벽에 매물만 쌓이는데...내년 집값 전망 '극과 극'

2023-11-29
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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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상혁 기자
/그래픽=김상혁 기자

 

내년 주택시장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들어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매물이 큰 폭으로 쌓이고, 청약경쟁률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데드캣 바운스’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데드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 오른다’는 증시 격언에서 유래한 것으로 하락장 와중의 일시 반등을 의미한다. 올해 집값이 잠깐 회복 양상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다시 하락장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도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6포인트 내린 102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 9월 110까지 오른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주택시장 기상도가 잔뜩 흐릴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반면 ‘숨고르기’라는 진단도 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고,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근거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서울의 주택 인허가 실적 누계는 1만9370건, 착공 실적 누계는 1만4391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6%, 69.3% 감소한 것이다. 공급부족→불안심리 가중→주택수요 급증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R114가 전국 11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내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응답했다. 직전 조사에서는 하락 응답이 35%로 상승 응답 24%보다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상승 30%, 하락 25%로 역전된 것이다. 상승 응답이 하락 응답을 앞지른 것은 2022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보합 전망이 10명 중 4~5명에 달해 상승과 하락 예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전국의 부동산 매매거래는 7만89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9.5% 감소한 수치이자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의 5만9310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아파트 거래량 역시 전월보다 6.8% 감소한 3만3754건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도 마찬가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7일까지 집계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294건이다.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이라 아직 4일 정도 남았지만 현재 추세라면 3000건을 넘기기 힘들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8월 3861건을 정점으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고점의 80∼90%까지 가격을 회복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 기준 매물 건수는 7만8346건을 기록했다. 지난 7월만 해도 6만7036건이었지만 넉 달 만에 가파른 속도로 매물이 쌓인 것이다.

청약 열기도 사그라들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24.8대 1로 9월의 77.0대 1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2.4대 1을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다.

하지만 공급지표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2196가구다. 12월 기준으로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이는 수도권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 서울과 인천은 12월 입주물량이 아예 없고, 경기에서만 7518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서울은 지난 4월과 5월에도 입주물량이 제로였다. 인천은 2021년 3월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입주물량이 없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9841가구다. 서울에서 연간 입주물량이 1만 가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연도별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3년 전 집값 안정이라는 명목하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분양이 끊겼던 것이 내년 입주물량 급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금리 정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오름세를 타고 있는 전셋값도 숨고르기란 진단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매맷값을 받쳐주는 ‘하방 지지선’ 효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