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한계에 다다랐다… 한미동맹 균열 가속화

2021-04-07
윤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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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클릭 외교’ 커지는 국민 불안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호주, 인도, 일본 등이 미국 주도로 추진하는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도 냉담한 반응… 양다리 걸치기식 외교는 ‘고립’이 종착역

미국은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동맹·파트너와 협의해 그에 따른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동맹·파트너와 협의해 그에 따른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계속 표류하고 있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도 40여 개국이 동참한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초안 제출에 불참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호주, 인도, 일본 등이 미국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에도 냉담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비공개 방중 사실을 공개했다. 언론에 ‘쉬쉬’하면서 중국을 다녀오는 친중 정책을 펼치고 있다. 노골적인 ‘왼쪽 외교 방향타’로 ‘사회주의, 공산주의 편향’이란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은 지난달 국무·국방장관 방한(訪韓) 때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 장병들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공사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로 수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 측이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2017년 4월 첫 사드 배치 이후 성주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 400여 명은 여전히 낡은 옛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 자재·장비 반입이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대 시위로 지금까지 불가능하다.

사실상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식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장병들이 동맹국에서 방어 장비를 운용하면서 제대로 된 주둔 여건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데 대해 미군 당국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불참하자 미국 전직 관리들은 한국의 이 같은 태도를 전례 없는 강도로 비난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솔직히 실망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최근 대통령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 대북 협상이 깨질 위험이 크다”고 말한 데 대해선 “북한 주민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라고 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역사는 북한 인권에 대한 현 청와대의 접근법을 좋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버타 코언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이 공동 제안국에서 빠지는 것은 결의안의 영향력과 북한의 인권 (유린) 관행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결속을 허문다”고 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 들어 최고위급 회담으로 주목을 끌었던 한미 외교·국방 장관의 ‘2+2 회담’에서 우리 측은 이 같은 외교기조를 여실히 표현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2+2회담’에서 분명히 쿼드 얘기를 했을텐데 한국은 빼는 입장을 견지한 걸로 보인다”며 “정의용 외교장관이 ‘쿼드의 포용성·개방성’ 원칙만 얘기한 것은 들어가기 싫다는 얘기이고, 쿼드와 신남방정책이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 것은 ‘안보는 (같이) 하기 싫다. 경제 쪽에만 관심이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도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보면 이번에 쿼드에 대한 한국 참여 논의를 다 했는데, 한국은 들어가기 싫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봤다. 실제로 회담 직후 블링컨 장관은 “쿼드 이슈에 대해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 장관은 “쿼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고 각각 다른 발표를 하는 외교적 넌센스도 빚어졌다.

경제전문가들조차도 “호주는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지만 쿼드 핵심으로 나서고 있다”며 “중국 외에 다자무역 채널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초창기부터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반영시키고 실익을 챙기는 게 상식적인 전략이다”며 “불참할 경우엔 더 고립무원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감추지 않았다.

외교 전문가들은 쿼드가 아시아의 나토가 되기는 불가능하고 안보 논의체 수준인데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참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모든 협의체는 초반부에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진다”며 “무조건 아니라거나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기보단 전향적으로 여러 시나리오와 발전 방향을 예상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체계 도입 때 실기(失機)하는 바람에 중국에 경제 제재를 당하고 ‘3불’까지 내줘야 했던 아픈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문 정권은 사드 때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며 실기하는 바람에 중국에 당했다.

쿼드에 대해선 정반대로 미리 원칙 세우고 실기하지 않고 들어가는 게 좋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충고다. 중국 보복에 따른 어려움이 다소 있더라도 여러 힘이 생긴다”고 했다. 또 “여러 나라가 함께 (쿼드에) 들어가면 중국이 우리를 콕 집어 제재하지 못하지만 시기를 놓치고 나중에 따로 들어가면 중국이 한국을 콕 집어 다시 보복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기하면 오히려 제2의 사드가 될 수 있다는 충고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최강 부원장은 “쿼드의 경우 사드와 달리 중국의 보복 있어도 도와줄 다른 파트너가 있다”면서 “호주의 와인이 중국에 수입이 안 되면 다른 나라가 사주면 된다”고 했다. 또 “우리가 중국 보복을 받으면 협력해서 헤쳐나갈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점에서 사드보다 낫다”고 말했다. 양다리 걸치기식 외교는 결국 ‘고립’이라는 종착역을 향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