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을 걸라”고 윽박지르는데… 공무원들 영혼 깨어날까

2021-04-12
신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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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책임회피 유체이탈 화법

TV 속에서 문 대통령은 언제나 엄숙한 얼굴로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 윽박지르고, 공직자는 죽을죄를 진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내로남불이자 전형적인 책임회피 모습

‘영농경력 11년’이라는 문 대통령은 농지 취득 후 대지로 형질을 변경해 약 3억 5000만 원의 차익 거뒀다… 그러면서 부동산 적폐를 엄단 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수상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여론조사에서 ‘최선의 상사’ 1위는 업무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는 ‘방향 제시형’이었다. 반면 ‘최악의 상사’ 1위는 일이 잘못됐을 때 아랫사람 탓을 하는 ‘책임회피형’이다.

헷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잘되면 내 탓, 탈 나면 남 탓’의 ‘갑질’하는 사람은 어디에 속할까. 국민이면 하루 한 번씩은 TV나 신문 등을 통해 갑질 시리즈를 이어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본다. 그가 어느 유형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TV에 다루어지는 수석보좌관 회의 등 각종 회의에서 집중 조명되는 문 대통령은 언제나 엄숙한 얼굴로 ‘명운을 걸라’고 윽박지른다.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인지라 대통령 잘못은 하나도 없고 부처의 공직자만 죽을죄 진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문 대통령의 갑질에는 ‘명운을 걸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른바 ‘명운 걸기 갑질 시리즈’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갑질 문화는 채용 비리와 함께 국민 삶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불공정 적폐로 국민의 눈높이와 제도, 관행 괴리가 아주 큰 분야”라고 지적하고, “공공이든 민간이든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상대를 무시하거나 인격 모독을 가하거나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하는 것은 이제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회의에서도 “어려운 고용 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 또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는 “공공기관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반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다.

대통령 취임 4년 차에 접어들자 대통령은 자유를 억압한다는 의미의 ‘명령’을 주로 한다. 지난 2월 16일 25번의 부동산 대책에 실패해 전·월세 값이 치솟자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게 “2.4 대책 중심으로 주택가격과 전·월세를 조속히 안정시키는데 명운을 걸라”고 명령한다.

뒤이어 공무원이 비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로 엄청난 돈을 번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한다. 부동산 투기 조사를 가장 잘하는 검찰은 쏙 빼고 정부합동수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수사하라는 것이다.

이 수사단에는 당사자 격인 국토부도 들어가 있다. 투기 직원을 감싸는 변창흠 장관도 수사단 간부로 참여한다. 국민 분노를 부추기는 장관이 수사팀 일원이니 수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명운을 걸라던 사건의 결말은 흐지부지됐다.

“아니꼬우면 이직해라.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물 흐르듯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음. 국민이 아무리 화난다 해도 난 열심히 차명 투자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것….” 국민 분노가 치솟는데도 LH 직원들의 망언은 쏟아진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의 자세다. 공직자들은 세월만 가라고 외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명운을 걸라던 대통령은 무덤덤해진다. 공직자들은 책임소재를 가리고 또 책임회피에 급급하며 ‘남 탓’으로 상황 모면을 기대한다.

그래도 못미더우면 공직자들은 면피성 대책을 내놓는다. 국가 정책이라기보다는 ‘땜질용’ 대책들이 줄을 잇는다. 25번의 부동산정책이 보여주기식 ‘땜빵용’이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못 움직였고 결국 실패라는 쓴맛을 봐야했다.

LH 수사 역시 ‘시간 끌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국토부, 행안부 등 방만한 정부합동수사단도 문제지만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역시 제대로된 수사를 못 하는 실정이다. LH 수사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 국수본은 수사에 뒤늦게 참여하는 바람에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수본은 언론에 보도된 것 위주의 수사를 하는가 하면 ‘압수수색 예고제’ 후 벌어진 압수수색에서 “휴대폰이 모두 먹통, 증거 실종”이라는 실망만 남겼다. 압수수색도 할 줄 모르면서 수사를 한다는 혹평이 쏟아지자 이번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검경 합동수사단을 꾸려 검사 5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난 민심이 더욱 치솟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대못도 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동산으로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을 끌어들인 것인데 검찰 내부에서는 “선거 앞두고 우왕좌왕한다. 말장난이다”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비롯해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농지 취득 심사를 강화하고 개발예정지에 묘목을 빼곡히 심어 보상금을 늘리는 적폐를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영농경력 11년’이라고 적어 작년 4월 경남 양산시 지산리의 농지를 샀고 이후 대지로 형질 변경을 통해 약 3억 5000만 원의 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농지를 편법 취득하고 9개월 만에 대지로 변경한 대통령이 ‘농지 취득 심사 강화’를 외치는 수상한 시절이다.

문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쨌든 보통사람은 화가 치솟을 일이다. 국민은 LH 직원 등도 개발정보를 미리 얻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빗을 내 매입한 뒤 왕벚나무 등 황금이 열리는 나무를 심어 엄청난 차익을 취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때마침 선거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9급까지 공무원 137만 명에 대한 재산등록을 추진하겠다는 등 수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위에서 다 해 먹고 우리가 투기꾼이냐. 달랑 30만 원인 예금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는 공무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