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셔도 문제가 없다” vs 中 “마셔보고 다시 이야기하라”

2021-04-24
윤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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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커지는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들은 소량이라도 방사능이 해양생물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 수치로 말하기 어렵지만 ‘인체에 영향 있냐 없냐’를 떠나 누가 먹으려 하겠나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아직 의제 협의가 안 된 상황이라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가 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방류 결정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가 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방류 결정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방사능 위험’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소량이라도 방사능이 해양생물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양과학자들은 “일본 구로시오 난류가 태평양을 돌고 다시 돌아와서 일본 열도로 가기도 하고 후쿠시마에서 우리나라 서해로 올라오기도 한다”며 “그 바닷물의 해양생물에 방사능이 축적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이때 플랑크톤에 방사능이 축적되고 이 플랑크톤을 먹은 수산물을 먹으면 사람의 체내에 방사능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구나 어린이들이 먹고 체내에 축적되면 더 심각하다. 방사성 물질 반감기가 몇백 년이 걸릴 수도 있어 반감기 동안 지속해서 체내에 영향을 미치는데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10년, 2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100년 이상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정확히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수치를 얘기할 정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오염수를 방류하면 ‘인체에 영향이 있냐 없냐’의 문제를 떠나 누가 먹으려고 하겠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송진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염수에는 여러 핵종이 있고 일본이 이야기하는 장치를 쓰면 주요 핵종은 제거되지만, 삼중수소는 제거가 안 된다”면서 “처리를 안 한 게 방류되면 먹거리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게 틀림없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결국 현재로선 일본이 오염수를 잘 처리한 뒤에 방류하는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어 고민과 걱정이 증폭되고 있다. 송 책임연구원은 일본 수산물과 관련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후쿠시마 5개 현에서 나는 수산물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단 5개 현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유지해서 오염된 수산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들이 일본 방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자 일본 정치인들은 이 같은 주변국의 우려에 기름을 끼얹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평소 극우 발언으로 종종 국제적 분쟁을 일으켜온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마셔도 문제가 없다”고 말해 또 논란이 일었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그렇다면 그 물을 마셔보고 다시 얘기하라”고 하는 등 중일 사이에 설전이 확대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본의 가토 관방장관 “규제 기준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뜬소문에 의한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료수 수질 가이드라인의 7분의 1로 희석해 처분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며 아소 부총리의 발언을 애써 해명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결정을 홍보하는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TV 등에서 틀다 자국 내의 싸늘한 반응에 하루 만에 내리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은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오염수가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들이 오염수를 마시고 밥이나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 그는 “오염수가 해산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하고 한국 등 주변 국가와 함께 방류 계획을 검증해야 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건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이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비난하며 주변 국가가 방류 계획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동남아 여러 국가에 촉구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다음 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아직 의제 협의는 전혀 안 된 상황이라 지금 단계에서 말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국민들의 먹거리가 걸려 민감한 사안이지만 지금까지 청와대가 보인 반응은 최근 부임한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정부와 국민의 우려를 일본에 전달해달라”고 밝힌 게 전부다.

중국 정부가 “마실 수 있다면 마시고 나서 말해라. 해양은 일본의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며 연일 비판하며 나서는 것과는 수위가 다르다. 이런 한국의 반응은 한일 영수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에도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꼽히는 2011년 동(東)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했다. 당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면서 발전소 안 전기 시설이 전부 손상됐다. 이로 인해 뜨거운 원자로의 열을 식힐 냉각수 순환이 멈췄고 노심의 온도가 1200도까지 상승해 녹아내리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후 고열(高熱)의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끌어다 썼다. 문제는 이 물이 모두 방사성 오염수가 됐다는 것. 여기에 지난 10년 동안 빗물과 지하수가 계속 유입돼 하루에 약 140t의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오염수가 저장 탱크를 꽉 채워 더는 보관이 어렵다는 것이 이번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의 얄팍한 해명이다.

현재 탱크 속 오염수의 70%에는 트리튬(삼중수소)과 세슘, 스트론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 농도 등을 법정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방출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러한 오염수에 노출된 수산물을 섭취하면 신체 내에 방사성 물질이 쌓이면서 내부 피폭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생식기능이 떨어지는 등 인체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제주 앞바다까지 흘러드는 데는 빠를 경우 약 7개월밖에 안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