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政이 차고 넘치는데… 부동산만 잘못이라고 퉁 치다니

2021-05-12
신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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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취임 4년 자화자찬 기자회견

국민은 고통 속에 신음하며 돌아섰는데 실패한 국정 기조 변화는 안중에도 없어… ‘경제는 코로나 전 수준 회복됐고, K-방역은 세계 표준 됐다’며 71분 내내 ‘잘했다’ 강변

파렴치한 후보자 밀어붙이며 ‘능력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청문회가 문제’라고 적반하장… 북에는 “평화의 시계 다시 돌릴 수 있는 기회 온다면 온 힘 다하겠다”며 구애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마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마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지지율 84%(한국갤럽)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만에 30%로 빠졌다. 그리고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문재인은 자신을 지지하던 국민 54%가 돌아섰는데도 변함없이 ‘내 갈 길을 간다’다.

무능과 위선, 내로남불이 상징어가 되어 있는데도 대통령은 71분 내내 자화자찬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현실을 왜곡하고 ‘내 말만 옳으니 따르라’고 국민에 강요하는, 마치 침묵의 나선이론(공포를 조장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침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은 ‘나만 잘한다’는 주입식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보듬기보다 찢어지게 했다.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모를 정도의 연설로 문 대통령은 ‘딴 나라’에 사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남은 1년이 더 중요하다. 더 당당한 대한민국,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다분히 레임덕을 의식한 발언으로 운을 뗀 문 대통령은 국정기조 전환이 시급한데도 ‘위기’를 33차례, ‘회복’이라는 단어를 21번이나 나열했다.

실패한 국정 기조 변화는 안중에도 없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뒤따라야 나라를 올바르게 끌고 갈 수 있는데 대통령의 인식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면 남은 1년은 10년 치 고통이 뒤따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해 “우리 경제가 OECD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미 지난 1분기에 코로나 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어느 선진국보다도 방역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 못 했다”면서 “K-방역이 세계 표준이 됐다”고 스스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정부의 유리한 부분만 표적 선택해 우리나라의 경제나 방역이 세계 최고 인양 호도했다. 혹세무민에 가깝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발한 고용은 지난 4년 최악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물경제를 모르는 학자 등이 국민 상대 실험을 위해 내놓은 정책을 실시한 것이 경제 폭망의 원인이었다.

최저임금을 2017년 16.4%, 2018년에는 10.9%를 올렸으니 고용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비정규직 제로라고 했지만, 비정규직은 4년간 94만 5000명 증가했고 정규직은 24만 2000명이 줄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확대 등으로 청년 실업이 늘어났고, 체감실업률이 27%까지 치솟았다.

고용의 질은 더 좋지 않다. 경제의 허리인 3040의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등 정규직은 감소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직과 임시직이 증가세다. 퍼주기 정책에 따라 나라 곳간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문 대통령 취임 초인 2017년 660조 2000억 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지난해 840조 2000억 원으로 뛰었고 2019년서 1년 동안 100조 넘게 부채가 늘어났다.

25대 0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미친 집값은 ‘벼락 거지’를 쏟아냈다. 실지로 서울아파트 가격은 2017년 평균 6억 708만 원에서 2021년 4월 현재 11억 1123만 원으로 83.05%나 급등했다. 전국아파트 평균가격도 4억 8822만 원으로 51.9%나 올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서 “부동산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의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기조는 유지하되 당정청 협의를 통해 보완을 이루겠다”고 말한다. “죽비로 맞은 것처럼 정신이 바짝났다”며 실패를 자인한 부동산정책 기조도 그대로 유지한단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투약 목표를 상향해 6월 말까지 1300만 명 이상 접종할 계획이고 9월 말까지 접종대상 국민 전원이 1차 접종을 마쳐 11월 집단 면역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일 0시 기준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이 전국 3건으로 그쳤다. 1주일 전 1561건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숫자다. 백신 보릿고개인 셈이다. 더군다나 검증 자문 절차를 밟고 있는 총 4000만 회분의 모더나 백신이 언제 들어올지 확정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겹쳐 백신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만 나열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지 못하고 대화 교착 상태”라면서 “미국 새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우리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 “다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들은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진단하고 있으며 취임 초부터 추진해온 ‘한반도 운전자론’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박준영 해양수산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등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청문회가 문제”라고 했다. 청문회 통과를 못 한 후보자를 29명이나 장관에 임명한 대통령이 “청와대의 검증실패가 아니다“고 강조하는 것은 국민 정서를 무시한 것이라는 평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