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대로 告訴… 부끄럽지도 않은가”

2021-05-13
옥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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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언론회 文 모욕죄 대처 비판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에 대한 고소가 아니라, 그동안의 실정 만회에 힘쓰는 것… 권력 주체인 국민 함부로 대해선 안 돼

대통령 모욕했다고 고소당하는 사건은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 제대로 된 나라라면 최고 권력자가 자기를 비난했다고 국민 고소하는 일은 없을 것

10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을 고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국정 운영 실정에 대한 만회에 힘쓰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높은 비율의 코로나 백신을 맞는 상황을 부러워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최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도 자유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주체인 국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30대 젊은이가 고소당한 사건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뿌린 30대가 검찰에 넘겨진 것과 관련, 모욕죄 고소를 취하한다는 입장을 지난 4일 밝혔다.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 청년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향후 비슷한 사례가 나올 경우 고소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문 대통령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30대는 2019년 7월 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부·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국회 분수대 인근에서 살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로, 문 대통령 또는 대리인이 직접 이 30대를 고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언론회는 논평에서 “우리나라는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국가모독죄(國家冒瀆罪)가 1988년 폐지됐는데도,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고소를 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국민을 당혹하게 하는 것은 지난날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대통령은 2017년 2월 모 종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원수를 국민들이 욕할 경우 참아야 하며 국민들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고, 그것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해소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표현의 범주이며 이것으로 기분이 풀리면 좋은 일”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교회언론회는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의 평가와 비판이 있고, 이런 표현들은 당연하다”며 “문 정권 4년간의 실정은 이미 4월 재보선 등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안다면 마음대로 고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또 “신라의 제48대 경문왕은 귀가 당나귀처럼 길다는 것을 부끄러워해 이 사실을 감췄다. 그런데 왕의 모자를 만드는 사람은 왕의 비밀을 알고,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가 되어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백성의 소리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교회언론회는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와 맞춰야 하고, 주변의 비난까지도 들어야 하며, 그것에 귀 기울여 국가 발전에 매진하고, 국민을 평안하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제대로 된 나라라면 최고 권력자가 자기를 비난했다고 국민을 고소한단 말인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