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의 나라 '베네수엘라' 그들만의 자치 정부

2021-06-07
박세민 기자

크기(0)    뉴스 읽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대통령궁에서 6km 떨어진 빈민가 엘세멘테리오. 흙먼지 날리는 이 지역 공터에 최근 공기 주입형 놀이 기구가 설치됐습니다.

깜짝 선물을 마련한 주인공은 바로 이 지역을 사실상 ‘통치’하고 있는 범죄 조직입니다. 딸 손을 붙잡고 온 한 엄마는 “갱들은 우리 지역의 치안과 식량을 책임질 뿐 아니라 문화 생활까지 신경 써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한때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했던 부국이 빈국도 모자라 무너진 경제와 치안 부재, 민심 이반 등으로 ‘조폭 천하’가 된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폭력과 마약 등 ‘종전 활동 영역'을 넘어 통치 행위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데요.

2013년 차베스 사망으로 정권을 잡은 마두로는 ‘차베스의  좌파 이념’를 계승해 석유 산업 국유화와 과도한 무상 교육·의료 복지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망가지기 시작한 경제는 마두로 등장 이후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미국·유럽은 마두로의 야당 탄압,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였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무원·경찰도 월급을 제때 못 받아 부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범죄 조직들은 이 틈을 파고들었는데요. 그러면서 자신들을 ‘빈민의 지도자'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들은 실질적  ‘자치 정부’ 역할을 합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극심해졌을 땐 코로나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사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