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방향을, 교회는 중심을 잃었다

2021-07-19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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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법에 국민의힘 의원 73명이 찬성했고, 여순 특별법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했다고 한다. 거대 여야의 야합으로 만들어진 거대 권력 카르텔이 나라를 망치며 폭주하고 있다

목사님들이 거리에 나와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법이 성경에 어긋나니 이 법 저지를 위해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해 달라는 것뿐…

김학성 강원대 명예교수
김학성 강원대 명예교수

정체성이란 ‘존재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관된 동일성을 요구한다. 정체성은 누구인가를 묻는 것으로 다른 존재와 ‘다른 그 무엇’을 답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 상황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교회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또 이들을 대하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지난 3월 제주 4·3사건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이 전부개정 될 때, 여수순천사건 특별법(이하 여순 특별법)도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며칠 전 본회의에서 여순 특별법이 통과됐다. 174석 민주당이라 눈에 뵈는 게 없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 1948년 4월 3일에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남로당 무장 폭도’들이 일으킨 반란 사건이며, 여순사건은 대한민국이 출범한 후 2개월 만인 10월 19일에 ‘군인’이 일으킨 반란 사건이다.

여수 주둔 14연대 군인이 제주도 폭동을 진압하라는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했다. 당시 군사 반란군은 여수를 점령하고 이어 순천까지 점령했다. 여수와 순천에 인공기를 게양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불렀다. 이 과정에서 군사 반란군과 지역 좌익들이 합세하여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다.

여순반란을 계기로 이승만 정부는 그해 12월 8일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여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했다. 국가보안법은 형법이 제정되기 전 만들어졌는데, 당시 대한민국은 특별법을 먼저 만들어야 할 정도로 국가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국가보안법을 통한 국군 내의 공산 세력을 척결하는 작업이 없었더라면, 국가보안법 제정 1년 6개월 후 발생한 6.25 전쟁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기도 전에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제주 4·3사건이나 여순 사건에서 수많은 양민학살이 행해졌다. 사망하거나 희생당한 양민 중에는 반란군들이 학살한 양민은 물론 이들을 진압하는 군경의 과잉 진압으로 피해를 받은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 국가가 명예를 회복하고 배상이나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싶다. 그러나 제주특별법이건 여순 특별법이건 간에 법원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자’를 모두 희생자 범주에 넣고 있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국가의 계속성을 부정하는 문 대통령의 제주 4·3 추모사에 이어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그 맛을 잃은 민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수 우파를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제주특별법에 73명이 찬성을 했고, 여순 특별법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했다고 한다. 여당과 거대 야당의 야합으로 만들어진 거대 권력 카르텔이 나라를 망치며 폭주하고 있다. 국민의힘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

평등법(일명 차별금지법)을 놓고 세상이 시끄럽다. 이 법 추진 세력들은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왜 이리 반대가 심한지 의아해한다. 그러면서 반대자를 수구 꼴통으로, 광신자로, 인권 인식이 부족한 무뇌로 취급한다.

헌법 교수가 이 법을 반대하는 것은 이 법이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의견 그 자체를 금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법은 동성애를 비판하면 당사자들의 인격이 침해될 수 있으니 이를 하지 말라는 주장일 테다.

그런데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고, 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표현은 허용되고 반대하는 표현은 안 된다는 것 그 자체로도 매우 불합리한 차별이다. 지금도 동성애자에게 모욕을 주거나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면 형사처벌을 받고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국민 다수의 ‘표현과 행동 등’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면서까지 소수의 ‘평등’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 ‘평등의 일반화’가 가져다줄 폐해가 얼마나 큰지에 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차별금지 사유에서 교육부가 ‘학력’ 제외를, 재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 형태’의 제외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평등의 일반화로 야기될 교육과 고용에서의 문제일 뿐이다. 매우 많은 영역에서 차별금지를 이유로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성경은 동성애를 금하고 있어, 성경 말씀을 전하는 교회의 목사님이라면 당연히 이를 반대해야 한다. 만일 이 문제에 침묵하거나 외면한다면 물론 일부 목사겠지만, 교회와 목사가 신앙의 중심을 잃은 것이다.

목사님들이 자신의 침묵을 정당화하려고 세상 권위를 인정하라는 성경 말씀 뒤로 숨으려 해서는 안 된다. 또 교회의 교인 수 감소를 걱정해서도 안 된다. 이 문제를 외면 침묵하면서 초대 교회 교인들이 목숨으로 신앙을 지켰다는 것이나, 주기철 목사님이 죽음으로 신사참배를 거절했다는 것 그리고 사도바울이 주님을 위해 감옥에 가고 숱한 매를 맞았음을 담대하게 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자는 목사님들이 거리에 나와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법이 성경에 어긋나니 이 법 저지를 위해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해 달라는 것뿐이다.

지금은 이를 반대한다고 감옥에 가지도 않고 매도 맞지 않는다. 교회와 목사에게 ‘네가 누구인가’를 묻고 있는 지금, 정면으로 부닥쳐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누구인가를 물을 때 모른 척 외면한다면 생명책도 그를 외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