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도 안 볼 텐데… 편파방송 제작비 국민에 떠넘기나

2021-07-24
윤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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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에 국민들 분통

정권의 나팔수가 돼 편파방송을 일삼고, 1억 원 이상 받는 연봉자 중 1500여 명이 무보직인 조직에서 또 국민에 부담 전가하려 해… 어차피 보지도 않는데 무슨 수신료 인상이냐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편파성에 실망한 대다수 시청자의 입장 무시한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 여당 의원도 “역할과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공영방송 모습 회복하는 것이 우선”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 이사회가 현재 월 2500원인 TV 수신료를 3800원으로 올리기로 의결하자 시청자 사이에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KBS가 그간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해왔기 때문에 수신료를 올릴 자격이 없다’는 논리로 수신료를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 이사회가 지난달 30일 ‘TV방송 수신료 조정 수정안’을 이사진 11명 중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기사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안이 국회 승인을 받으면 KBS는 수신료로만 연간 1조 848억 원을 거둬가게 된다. 지난해 ‘검언유착 오보’ 등 불공정 방송, 직원 절반에 달하는 억대 연봉자 등 방만 경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기에 수신료를 올리는 건 말이 안 된다”, “KBS 어차피 보지도 않는데 무슨 수신료 인상이냐”, “정권 나팔수가 돼 편파방송 하면서 수신료를 올리냐”, “무늬만 공영방송인 KBS가 왜 수신료를 올리냐”, “세금으로 KBS 직원 배 불리는 거냐” 등 수신료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향후 5년간 연 평균 636억 원으로 예상되는 적자를 메울 계획이다. 하지만 전체 직원(4400여 명)의 46.4%가 억대 연봉이고, 1억 원 이상 받는 연봉자 중 1500여 명이 무보직인 조직에서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벌이기보다 손쉽게 수신료 인상을 택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KBS의 수신료 수입은 6790억 원이 넘었고 이중 인건비는 5157억 원이었다.

방송관계자들은 그동안 KBS의 자구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KBS는 2026년까지 92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주로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이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지난 5월 두 차례 공론조사에서 각각 72.2%,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월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반대했고,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20일까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49.9%만 인상에 찬성했다.

KBS는 우선 국민 설득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KBS는 8개 과제 37개 사업으로 이뤄진 ‘공적 책무 확대사업계획’과 조직 쇄신을 위한 자구 노력 방안을 함께 내놨다. KBS는 지난달 ‘수신료 인상과 보도 공정성’ 등을 주제로 국민참여단의 숙의토론을 가진 바 있다.

KBS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KBS의 미래 비전 국민에게 듣는 숙의토론’이 열렸다. 국민참여단으로 200명이 참석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한 번에 올리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인상 시점도 지금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KBS의 자구 노력이 그동안 소홀했다며 수신료와 광고 수입 외에도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KBS 관계자는 “수신료 조정안이 앞으로 이사회와 방송통신위, 국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시행 시기는 코로나19가 진정된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 수신료가 40년 동안 묶여 있는 데다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위직급을 폐지한 직급 체계 개편을 비롯해 2년 연속 임원의 급여 반납, 지난해 전 직원 임금동결 등의 자구책을 시행했다”며 “인력 운용 효율화를 통해 앞으로 3~4년 안에 인건비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30% 이하로 낮추는 등의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KBS의 보도 공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 참여자들은 KBS 뉴스가 신뢰성과 영향력에서 다소 진전을 보이지만, 국민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권과 회사 책임자가 바뀌더라도 저널리즘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방안과 함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KBS 관계자는 “보도본부 안에 ‘팩트체크K센터’를 만들어 기사의 정확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뉴스에 평가와 의견을 조사하는 ‘이용자관여팀’을 구성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토론 후 “이번처럼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국민참여단의 질책과 격려 모두 회사 운영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상 수신료 인상의 현실화는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반대하고 있어 이번에 의결된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수신료 인상에 대해 “KBS 프로그램의 부실함과 편파성에 실망한 대다수 시청자 입장을 무시한 잘못된 행태”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역할과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며 “수신료 인상 추진,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했다.

방통위는 인상안 접수일로부터 60일 내 검토 의견서를 붙여 국회로 넘기게 된다. 이후 국회 과방위가 이를 심의해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본회의 표결을 통해 확정한다. KBS의 수신료 인상 시도는 2007, 2010, 2013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동안 여당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 반면 야당은 인상에 반대해 승인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