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신부 항의집회도 하는데… “K-방역으로 우리는 안전”

2021-10-13
윤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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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희망 고문’에 멍드는 국민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유행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지만, 정점 어딘지 예측할 수 없다”고 입 모아… 애초부터 예상된 인재로 다른 나라 얘기 같던 4000명대 진입 우려도 나오는 실정

전 국민의 80%가 접종하더라도 나머지는 미접종 상태이므로 유행은 계속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전문가들 “‘위드 코로나’는 어떤 피해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

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이어지면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주 더 연장된다. 이에 따라 17일 밤 12시까지 수도권은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방역 조치가 계속 적용된다. 사진은 지난 1일 돌잔치 및 파티 전문업체인 서울 플로렌스 보라매점에서 관계자가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이어지면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주 더 연장된다. 이에 따라 17일 밤 12시까지 수도권은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방역 조치가 계속 적용된다. 사진은 지난 1일 돌잔치 및 파티 전문업체인 서울 플로렌스 보라매점에서 관계자가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위드 코로나’와 ‘추석 대이동 탓’만 하고 있다. 확실한 작전도 청사진도 없다. 허겁지겁 무대책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은 심지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의 항의집회라는 코미디 같은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남의 나라 얘기 같던 4000명대 진입 우려도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유행이 이미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정점이 어디인지 예측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확진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한다. 추석 연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한 진단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만 지난 월말 1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이 같은 확산세는 백신 확보 늑장 등 애초부터 예상된 인재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 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방역 강도가 유지되면 이달 5∼20일께 4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서서히 잦아들 것이라는 희망 고문을 남발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TV 출연에서 “K-방역으로 우리나라는 가장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려했던 대로 추석 이전부터 누적됐던 감염원이 대이동과 맞물리면서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증가세를 초래한 것이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 확진자의 확산세가 가파른게 큰 걱정거리다. 추석 연휴 기간 무증상·경증의 수도권 감염자들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해 가족·친지 등과의 만남을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수도권, 비수도권 가리지 않고 전국이 모두 화약고라는 현실이 정부의 졸속 대응의 결과로 나타났다.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방역 당국의 고민거리다. 지난달 11일 이후 월말까지 방역 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가운데 40% 가까운 환자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비율은 지난해 4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로, 지역사회 내 ‘숨은 감염자’가 그만큼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델타형 변이는 백신 1차 접종 시에는 예방효과가 30%에 불과하고, 접종을 완료해야 70%로 올라간다.

감염학자들은 “올 것이 왔다”고 말한다. K-방역의 한 축이었던 역학조사 역량이 확진자 발생 수치를 정확하게 예상 못 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역학조사 인력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동시에 폭증하면서 확진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하다.

3차 유행 이후 확진자 가운데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비율이 20%대를 넘어섰을 때부터 이미 역학조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깜깜이 환자 감염경로 조사 중 비율이 40% 육박한 상황은 사실상 역학조사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에 대해 당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부는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는 10월 말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로의 점진적 전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확진자 관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 더욱이 확진자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태에서는 전환 시점 등 전반적인 ‘대응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확진자를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하루 확진자가 1만~2만 명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감염병 관계자들은 또 정부가 계속 잠재하고 있는 ‘n차 감염’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복병인데 과거에는 비말 전파였다면 지금은 공기 전파로 생각해야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확진자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현 의료시스템이 버텨낼 수 없다고 지적도 다수의 관계자가 우려하는 점이다. 일부 젊은층의 경우, 본인이 전파 매개체가 되는데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해 확진자는 앞으로 더 늘 수 있다는 경고도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확진자 기본 베이스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점도 대비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마치면 유행이 감소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사실 접종의 마지막 목표는 유행의 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위증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전 국민 80%가 접종을 하더라도 나머지 1000만 명 이상은 미접종 상태이므로 유행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히 알리고 미접종자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또 안전한 ‘위드 코로나’는 없다고 전제한 방역학자들은 “위드 코로나는 어떤 피해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다”고 말한다. “현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유지하면서 자영업자 등의 피해를 감수하며 살 것이냐 아니면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사망을 받아들일 것이냐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정책 혼선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국내 경제지표의 세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하락세로 돌아서 고민이 깊다. ‘위드 코로나’를 통해서만이 현재로선 경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한 악재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지적됐던 중증 병상 부족 사태다. 최소 1500개의 병상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2/3 수준인 1000대 정도의 병상만이 확보되어 있다.

‘위드 코로나’의 대전제가 국민들의 설득과 더 높은 참여라는 점에서 이번 코로나19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국민 참여’라는걸 누구나 알게 됐다. 현 정권이 정치에서 자행하고 있는 옹고집 외길로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시점이다.

솔직하게 국민에게 털어놓고, 국민들의 용서와 참여를 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이 겪는 코로나19 고통의 본질에는 ‘위선’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