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 국회 연설에서도 ‘자화자찬’ 일색

2021-10-27
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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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는 ‘위기 극복 정부’… 남은 임기 경제회복 주력”
“일관된 포용정책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 ‘공적 자랑’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검 촉구 손팻말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검 촉구 손팻말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위기극복 정부'로 규정하고 6개월가량 남은 임기를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제까지 정부가 위기를 넘겨오며 이뤄낸 성취에 연설문 상당 부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권력기관 개혁이나 부동산 개발비리 의혹 등 정치권에 직결되는 이슈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 '검찰' 얘기 없었다…부동산도 '민생과제'로 원론적 언급

올해로 5년 연속 시정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올해 연설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에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고, 작년에는 "국민 여망이 담긴 공수처를 빨리 출범시켜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연설에서는 검찰과 공수처는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포함해 전체 권력기관에 대한 언급이 완전히 사라졌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건드려 대통령이 정치중립 논란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진영 간 대결 양상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이를 자극할 경우 자칫 국회 파행사태로 번지는 등의 뜻하지 않은 후폭풍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초고속 성장을 해 온 이면에는 그늘도 많다.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자 개혁과제"라고 언급했다.

물론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일정 부분 반성의 뜻을 담은 언급이기는 하지만, 과거 발언과 비교하면 그 수위는 상당히 약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를 언급하며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죽비를 맞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비해 이번 연설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짧게만 언급했다.

여기에는 지난 5월처럼 부동산 비리에 대해 언급할 경우 최근 대선 정국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연결되며 어떤 해석을 낳을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대한 정치 이슈에 거리를 둔 채 방역·민생·경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이번 연설의 큰 틀이었던 셈이다.

◇ 성과 강조하며 임기 말 국정동력 살리기…'자화자찬' 지적 나올수도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이제까지 정부와 국민이 거둔 성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주요 선진국 중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가장 빨리 회복했다", "수출은 올해 매달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등의 평가를 내놨다.

또 경제회복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외계층 지원에 주력했다며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는 데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포용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도 언급했다.

해운업에 대해서도 "K조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고,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우리가 먼저 걷기 시작한 이 사업이 세계가 함께 가는 길이 됐다"고 자평했다.

최근 '오징어 게임' 열풍 속에 문화콘텐츠에 대해서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격려했고, 누리호 발사를 두고도 "성공했다"고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성과에 대해 지나치게 '자화자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임기 말 국정 동력 약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더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방역 조치가 길어지며 국민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어느 정도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윤건영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내 친문 성향 의원 70여 명이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평가하고 과제를 평가하기 위한 연속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정성과 알리기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은 문 대통령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은 '낙관주의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고,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위기를 본다'고 했다"며 "우리 국민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며 더 큰 도약을 이뤄냈다. 마지막까지 위기극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특별검사를 수용하라는 피켓을 펼쳤고, 문 대통령은 그 사이로 퇴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마지막 시정연설까지도 고장 난 라디오처럼 자화자찬을 틀어댔다”며 “국민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대통령은 오늘도 ‘과거’를 미화하기 바빴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