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주도 정부 ‘조사’ vs 망국범죄 대대적 ‘수사’

2021-03-10
김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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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놓고 文-尹 장외전쟁

靑 ‘정부 합동조사 후 경찰 수사’ 해법… 국수본 ‘특별수사단’ 꾸려
직접 수사 경험 가진 尹 “시간 끌면 증거 인멸 우려… 수사 나서야”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다. 대대적 수사가 필요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장외전쟁 2라운드’가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은 퇴임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놓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도의 정부 합동조사 후 경찰 수사’를 해법으로 제시한 상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이 사건을 ‘국수본 집중 지휘 사건’으로 지정해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무총리실 주도의 정부 합동조사 방식과 관련, “조사로 시간을 끌면 증거 인멸 우려가 큰 만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대검찰청에 “부동산 전담 검사를 지정해 경찰의 영장 신청을 신속히 검토하고 사건이 송치되면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수사 지휘 및 기소에만 주력하라는 취지다.

결론적으로 1, 2기 신도시 수사 때 총 138명의 공직자를 구속하는 등 대규모 부동산 투기 수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검찰은 이번 LH 수사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현재 임원급 이상의 수사권이 검찰에 있다고 하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검찰에 수사를 맡길지는 의문이다. 윤 전 총장 발언은 이런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또 국무총리실 합동조사단에 의혹의 대상인 국토부가 참여해 ‘셀프 조사’를 하는 데 대해 “LH 직원을 전수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 자금을 따라가야 한다”며 “거래된 시점, 거래된 단위, 땅의 이용 상태를 분석한 뒤 매입 자금원 추적을 통해 실소유주를 밝혀야 하고 실명보다 차명 거래가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005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고양지청에서 파주·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개발로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2·4 대책이 채 한 달도 안 돼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불거지자, 부동산 정책이 무위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부동산 문제가 다시 문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편 집 마련에 속을 끓이던 2030 세대와 무주택자들의 분노가 인터넷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벼락 거지, LH는 벼락부자. 집 때문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투자도 감내해야 하는데 신의 직장 LH의 땅 투기에 ‘영털’(영혼까지 털린) 심정. 스포츠팀 승부 조작과 다를 게 뭐냐” 등이다.

“윤석열이 사라진 세상, 도둑놈들 마을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말이 실감 나는 시절이다.